골프선물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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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둔 남자 '나'는 아끼는 차를 중고로 넘긴다. 차에 가득 담은 애정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헐값이지만, 아내의 수술비와 간병비를 마련하려면 어쩔 수 없다.

당장 돈이 필요한 '나'는 플랫폼 노동자가 되기로 한다. 휴대전화에 대리운전 기사 앱을 깔고 거리로 나가서 '콜'을 낚아챈다. 하루 네다섯 번 낯선 사람을 어딘가로 데려다주는 여정이 시작된다.

작가 이동욱(47)이 처음으로 펴낸 장편소설 '핸들'은 대리 기사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의 천태만상을 담고 있다. 초면인 기사와 손님 두 사람뿐인 어색한 차 안, 밤의 도로, 서울과 경기도 구석구석을 그렸다.

지난 2일 연합뉴스 사옥에서 만난 이동욱은 "제가 4∼5년째 대리 기사로 일하고 있는데, 이 경험을 소설로 풀어내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았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이동욱은 "예전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작가 일을 병행했는데, 뛰어난 작가는 낮에 일하고 밤에 글을 쓴다지만 저한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글 쓰는 일이 지지부진한 게 답답해 결국 회사에서 나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반려伴侶의 뜻은 '짝이 되는 벗'이다. 이 시에서는 짝이 부부이거나 아주 친한 이성 친구다. 남자가 밖에서 지고 집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 밖에서 큰 상처를 받고 귀가한 것이다. 여자는 가만히 몸을 포개는 행동을 함으로써 남자를 위로해준다. 그녀는 남자의 등이 얼마나 따뜻한지 알고 있다. 당신이 나를 업고 걸었던 그 밤을 잘 기억하고 있으므로.

'핸들'은 옴니버스 소설이다. '나'는 매일 새로운 의뢰인(차주·승객)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스케치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몇몇 에피소드는 승객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상사의 실적 압박에 대학 시절 은사를 찾아간 외판원, 누군가와 통화하며 비위를 맞춰주다가 끊자마자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는 경찰관, 승진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말기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장인.

이동욱은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200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기에 앞서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시집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가 있고', 단편소설집 '여우의 빛'을 펴냈다.

그래서인지 '핸들'은 감각적이고 시적인 언어로 묘사하는 장면이 두드러진다. 눈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와 소설, 서로 다른 두 가지 양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를 묻자 이동욱은 "시와 소설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보다는 시와 소설이 가진 에센스(본질)만 지킨다면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동욱은 "이번 '핸들'이 장편소설의 틀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흔히 독자들이 생각하는 에피소드가 명확한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이야기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등장인물은 상처를 품고 있고, 그 아픔을 누구와도 나눌 수 없기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개인의 것이자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양윤의 문학평론가는 '핸들' 해설에서 "'나'가 만난 승객들은 개별적인 사람들이면서 '나'가 속한 계급이나 직업 혹은 수많은 사회적 지위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며 "이 소설은 무수한 미상의 장삼이사들의 삶을 소묘하는 인간극"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욱은 "자칫 '사례 모음집'처럼 이야기가 흘러가기를 바라진 않았다"며 "'나'가 보는 상대와 상대가 보는 '나', 이 두 가지가 이야기의 큰 흐름이자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퇴사 후에는 더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됐지만, 전업 작가로 생계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 중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리 기사의 일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어려움과 고충의 연속이다. '핸들'에는 대리 기사가 직면하는 여러 난제와 고통이 자세히 담겨 있다.

화자인 '나'는 비 올 확률이 40%라는 일기예보를 보고도 우산을 챙기지 않는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보고 다른 손으로는 콜을 잡아야 하는데 우산을 드는 것은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손님과 약속한 장소에 헐레벌떡 도착했는데도 50분을 기다리는가 하면 운전하다가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손님에게서 반말로 무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만나기로 한 손님이 자기 차 안에서 잠들어버려 전화가 닿지 않는 일도 다반사다.

이동욱은 "대리운전 일이 생각보다 어렵더라"며 "처음에는 익혀야 할 노하우가 있다 보니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예민해질 정도로 피로가 많이 쌓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작품을 쓴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대리운전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read more 만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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